소를 탄 동자
기축년을 색깔로 표현하면 누런 소띠의 해다. 새해는 황소의 우직한 힘과 성실한 기질이 필요한 시기다. 아무리 무겁게, 어둡게 출발해도 틀림없이 황소의 뿔처럼 상승 또 상승하리라 믿음이 그것이다.
소는 우리 민족의 농경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순 가축을 뛰어넘어 한 식구처럼 생각되어 왔다. 없어서는 안 될 노동력일 뿐 아니라 운송 기능도 담당했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비상 금고의 역할(70, 80년대 대학은 우골탑이라고 불렸다)까지 맡았다. 우직하나 성실, 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한다. 이러한 소의 속성이 한국인 정서 속에 녹아들어 여러 관념과 풍속을 만들어냈다. 조상들은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우리 민족은 소를 가족처럼 여겼기에 배려 또한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을 소등에 덮어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먼저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해 주었다.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고 늘 솔로 빗겨 신진대사를 도왔고, 먼 길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신을 신겨 발굽 닳는 것을 막았다.
소는 농사일을 돕는 일꾼이기도 하지만, 부와 재산, 힘도 상징한다. 제주도 삼성혈 신화, 고구려 고분벽화 등에서 소는 농사신으로 인식되었다. 새해에는 풍년을 기원하며, 가을에는 고된 농사일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의미로 소를 위한 각종 풍속과 민속놀이가 행해졌다.
소는 순박, 근면하고 충직하다. ‘소같이 일 한다’ ‘소같이 벌어서’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등의 말은 꾸준히 일하는 근면성을 칭찬한 말이다.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는 속담은 소의 신중함을 들어 아무리 가까운 ... 해당기사 더 보기=손님 보기 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 학예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