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바꿔야겠어' 애인이 떠나면 나는 한동안은 그를 만날 때 쓰던 향수를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떠난 뒤 내가 처음 하는 혼잣말은 '향수를 바꿔야겠어'이다. 언제나 우리의 만남을 동반하던 향기를 맡지 않으면 이미 휘발돼버린 그의 존재를 그리워하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랑은 순간에 머무는 자극이고 또 기분일 뿐인지도 모른다. - 은희경의《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중에서 - * 어찌 향수만 바꾸고 싶겠습니까. 그와 자주 갔던 장소, 즐겨 먹었던 음식, 늘 함께 들었던 음악, 그와 주고 받은 편지... 이 모든 것들이 한동안 마음을 더욱 허허롭고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외형의 향기는 바꾸더라도 자기 마음 속 내면의 향기는 오래오래 남길 수 있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었기를... |